I. 대한민국 소아청소년 의학의 산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은 대한민국 소아청소년 의학의 역사를 개척하고 이끌어 온 살아있는 산실입니다. 본 교실의 역사는 1929년, 본 대학의 모태가 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에서 임상과목 강의가 시작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41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이 개원하며 교실이 공식적으로 창설된 이래, 본 교실은 신생아부터 청소년에 이르는 미래 세대의 건강을 수호하고, 이들을 위한 탁월한 의학 전문가와 연구자를 양성한다는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왔습니다.
지난 90여 년의 여정은 '진료', '교육', '연구'라는 세 개의 기둥을 중심으로 한국 의료계의 발전을 선도해 온 역사입니다. 본 교실의 역사는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소아청소년 의학의 기틀을 다지고, 시대적 요구에 한발 앞서 변화를 주도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임상 및 연구 성과를 창출해 온 선구자들의 헌신적인 기록입니다.
본 교실은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인적 치료, 미래 의학을 이끌어갈 창의적 인재 양성, 그리고 의학의 지평을 넓히는 혁신적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 소아청소년 의학의 표준을 제시하며 신뢰받는 의학교육 및 진료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II. 개척과 기틀: 교실의 여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의 뿌리는 1929년 조선여자의학강습소에서 시작된 소아과학 강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부민병원의 이선근 선생과 이성봉 선생 등이 초기 강의를 맡아 한국 소아 의학 교육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교실의 공식적인 역사는 1941년, 본 대학의 전신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이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소아과학 조교수로 재임 중이던 김덕성 교수가 초대 주임교수 겸 소아과장으로 취임하여 교실의 첫걸음을 이끌었습니다.
1945년 광복이라는 역사적 격변기 속에서 교실은 존립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많은 교수의 이동이 있던 중, 초대 주임교수였던 김덕성 교수와 초대 의국장이었던 황명형 선생이 전남의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제2대 주임교수로 취임한 김영택 교수는 교실의 재건과 안정화를 위한 막중한 책임을 맡았습니다. 김영택 교수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혼란기를 수습하고 교실의 기반을 견고히 다짐으로써, 훗날 교실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김영택 교수의 공헌은 교실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후 제4대 및 제5대 의과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종합대학 승격 후 우석대학교 초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이러한 전통은 교실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 90여 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III. 성장의 이정표: 혜화에서 구로, 안산, 안암으로
교실의 기틀이 다져진 이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1963년은 교실의 인적 구성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해입니다.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짐에 따라 처음으로 남자 교실원이 입국하여, 인재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1971년에는 학교의 교명이 현재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으로 개명되면서 현대적인 의료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였습니다.
1983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혜화병원으로 개칭하고 소아과 병상 운영을 지속하며 , 꾸준히 진료 역량을 축적해 나갔습니다. 교실 발전의 역사에서 1991년은 가장 중대한 물리적 변곡점이었습니다. 혜화병원이 현재의 구로병원, 안산병원, 안암병원으로 이전한 것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소아과 병상의 대규모 확대를 동반한 근본적인 인프라의 혁신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확보된 최신 시설과 확장된 병상 규모는 이후 교실이 다양한 세부 전문 분야로 나아가고, 구로병원과 안산병원, 안암병원을 아우르는 3병원 시스템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전략적 이정표는 2007년에 세워졌습니다. 교실의 명칭이 기존의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공식 개명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청소년기 아동의 외래진료 수진율이 높아지는 데이터에 주목하고, 변화하는 의료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습니다. 소아기에서 청소년기까지 이어지는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진료를 표방한 이 변화는, 오늘날 교실이 추진하는 '소아청소년센터' 비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IV. 소명과 헌신: 시대를 이끈 교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의 90년 역사는 곧 '사람'의 역사입니다. 교실을 이끌어 온 역대 주임교수들과 학교 및 병원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교수들의 헌신은 교실 발전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습니다.
특히 본 교실은 교실의 발전뿐 아니라 고려대학교 의료원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리더들을 수없이 배출해왔습니다. 제2대 주임교수였던 김영택 교수가 의과대학 학장과 우석대학교 초대 총장을 역임한 이래, 본 교실의 교수진은 의과대학, 구로병원, 안산병원, 안암병원 등 의료원 산하 모든 기관의 최고 경영자 및 핵심 보직을 맡아왔습니다.
V. 탁월한 진료: 3개 병원, 최상의 전문 클리닉
본 교실은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의 3개 병원 체제를 통해 광범위한 지역의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구로병원 55병상(병동 29, NICU 23, NR 3), 안산병원 48병상(병동 21, NICU 25, NR 3), 안암병원 49병상(병동 25, NICU 20, NR 4) 등 총 152병상의 입원 병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래에서는 일반 진료와 더불어 질환의 전문화 및 세분화 추세에 발맞춘 다양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며 최상의 맞춤형 진료를 제공합니다. 중증 신생아 치료 분야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는 본 교실의 핵심 역량 중 하나입니다. 2002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준공 및 확장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3개 병원에 걸쳐 총 68병상에 달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운영하며 , 고위험 신생아 및 미숙아의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본 교실의 진료 철학은 병원 내의 급성기 치료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환아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질병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를 돕기 위해, 국내 대학병원 중 선도적으로 만성질환 환아 대상 캠프를 운영해왔습니다. 1997년부터 25년 이상 지속되어 온 천식캠프를 비롯한 이러한 활동들은, '환아 중심의 전인적 치료'라는 개념이 보편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본 교실이 실천해 온 환자 교육 및 정서적 지원의 확고한 전통을 보여줍니다.
VI. 학문적 유산과 연구: 의학의 지평을 넓히다
연구 역량은 고려대학교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의 핵심 정체성입니다. 전 교수진은 진료뿐 아니라 의학 연구에 매진하여, 꾸준히 매년 40편에서 60편 이상의 SCI(E)급 국제 학술지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학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역량은 소아 내분비, 면역, 신경, 신장, 알레르기 및 호흡기 등 여러 세부 분과에서 국책연구과제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수주 및 수행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연구비 또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2007년에는 고려대학교 의료원 내에 환경부 지정 '천식 환경보건센터'를 유치하여, 정부 지원을 받으며 관련 분야의 연구를 국가적으로 선도하고 있습니다. 본 교실의 영향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5년간 캄보디아 국립어린이병원(NPH)의 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을 주도하며, 소아 혈액종양, 신경, 호흡기알레르기 분야 등에서 '한국형 어린이병원' 시스템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VII. 300명 동문의 힘: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학을 이끌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의 가장 큰 자산은 교실을 거쳐 간 300여 명의 동문들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출신의 동문들을 포용해 온 교실의 개방적인 학풍 속에서 성장하여,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명의로 명성을 떨치며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의료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본 교실 동문들의 활동은 개별 진료실을 넘어 의학계 전체를 아우릅니다. 김영택 교수(제5대)와 최평화 교수(제16대)가 대한소아과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최평화 교수(제14대)와 이현금 교수(제15대)가 부회장을, 1980년에는 이현금 교수(제 20대)가 회장을, 2018년에는 은백린 교수(제 17대)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을, 2023년에는 이기형 교수(제 63대)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학계의 리더십을 수행해왔습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대한소아심장학회(이주원 교수), 대한소아신장학회(유기환 교수),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이광철 교수),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및 대한비만학회(이기형 교수), 대한소아뇌종양학회(박준은 교수) 등 여러 소아청소년 세부 전문 학회로 이어지며 학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본 교실원들의 활동은 대학병원과 학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병한 동문(2000년)과 이청민 동문(2008년)이 대한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 회장을 역임하고, 우종원 동문(2001년)이 경기도의사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 일차의료 현장의 리더십까지 균형 있게 배출해왔습니다.
교실은 연 1회 연수강좌를 개최하여 소아청소년과학 관련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졸업한지 오래된 선배부터 수련 중인 전공의까지 한자리에 모이는 신년회 및 야유회를 통해 세대를 초월한 유대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300명 동문의 네트워크가 바로 교실의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여는 힘입니다.